사바삼사라 西 (2024) - J. 김보영
[ 1권 ]
232:19
"교단이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이에게 이리 무도하게 나올 만큼 자신을 굳건히 정의라 믿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나는 배신하고자 한다. 자신이 정의라 믿어 의심치 않는 곳에 정의는 남지 않는다. 타락한 것은 내가 아니라 교단이다. 교단이 타락했기에 나는 거기 머물지 않고자 한다."
239:11
"괜찮아. 이렇게 매일 십 년쯤 하다 보면 나만큼 할 수 있을 거야."
"십 년이나...... 기다려도...... 돼요?"
수호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소리로 물었다.
"그럼 안 되지만,"
진은 흠, 하고 고개를 까닥했다.
"오늘 훈련하지 않으면 어쨌든 십 년이 지나든 백 년이 지나는 그날은 오지 않으니까."
255:8
"그러니까, 내 카마도 자기 무기를 물이라고 '믿기 때문에' 모양을 바꿀 수 있단 말이지?"
(중략)
"그 이상이야. 걘 자기 무리가 물이라는 걸 '아는' 거지."
"차이가 뭔데?"
"믿음에는 반드시 의심이 깃들어 있어. 그건 불안정한 거야. 넌 '알아야' 해. 네 검이 뭔지."
257:4
"너는 과거에 네가 아닌 무엇이었어. 지금과 달랐을 때가 있었어. 무한한 힘을 갖고, 지금 네가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했을 때도 있었지."
"......"
"네 유전자는 태고의 바다에서부터 온 거야. 너는 모든 진화를 거치고 모든 생명을 다 거쳤어. 지구의 역사와 함께해왔어. 태고의 영혼이 모두 네 몸에 남아 있어. 그때부터 살아온 전체가 다 너야. 자신을 함부로 하찮게 여기지 마."
(중략)
"세상에 하찮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334:1
"'남들이 주목하고 우러러보기를' 바라는 얄팍한 욕망이지. 열등감을 해소하려 우월감으로 무장한 카마를 마음에 들여놓지만, 우월감을 마음에 들여놓으면 남과 비교하는 마음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야. 현실적으로 인류는 칠십 억이 넘고 세상에 자기보다 잘난 놈은 수십 억은 있기 마련이지. 시시하지만 영원히 이룰 수 없는 욕망이야. 없어져야 할 건 실상 '비교하는 마음'인데 말이야. 생각을 일 초라도 하면 빌지 않을 소원이지만 인간이 소원을 비는 패턴이란 늘 이 모양......"
503:22
"나, 육욕천 중 제6천 타화자재천의 왕, 마구니 중의 마구니, 파순의 권능으로 이르노니."
마구니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말한다.
"내 제1군대는 욕망이며, 제2군대는 혐오다. 제3군대는 기갈이며, 제4군대는 집착이다. 제5군대는 피로며, 제6군대는 공포요, 제7군대는 의혹이며, 제8군대는 위선과 고집이라."
718:1
"자신이 정의라 믿어 의심치 않은 무수한 퇴마사들이 마구니에게 홀려 마음에 카마를 갖고 사라져갔어."
(중략)
"만약 내가 정의라면 나와 다른 사람은 불의가 된다. 세상에 그만한 불의가 어디 있을까."
"......?!"
"만약 내가 옳다면 나와 다른 사람은 틀린 것이 된다. 세상에 그만큼 틀린 일이 어디 있을까."
"......뭐?"
"내 옳음을 확신하는 만큼 타인의 틀림을 확신하게 되니, 모든 훌륭한 사람이 망가질 때가 그때더라."
(중략)
"왜냐하면 네가 정의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타인을 불의라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정의가 된다."
[ 2권 ]
252:7
마호라가가 입을 열었다
"만약 네 마음에 어둠이 없다면, 너는 네 마음에서 어둠을 볼 수 없을 거다."
'그렇겠지.'
무슨 뻔한 소리야. 수호는 뚱한 기분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 마음에서 어둠을 볼 수 없는 사람은 또 있어."
(중략)
"네가 정말로 어둠이라면, 너는 네 마음에서 어둠을 볼 수 없다."
(중략)
"대흑천은 두억시니를 볼 수 없었을 거다. 이미 제 몸이 두억시니에게 전부 휘감겨 있었기 때문에. 이미 삼켜져 있었으므로. 같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므로."
(중략)
"우리의 눈은 세상을 다 보지만 오직 자기 자신만은 볼 수 없다. 그것이 모든 사람의 맹점이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은 보이지 않아."
(중략)
"수호, 그러니 만약 네가 네 마음에서 어둠을 보았다면,"
마호라가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 어둠은 네가 아니다."
(중략)
"네가 마음에서 얼마나 나쁜 것을 보았든, 어떤 비루하고 지저분한 것을 보았든, 그것을 보며 이렇게 말하면 된다. '아아, 내 눈에는 이것이 보이는구나.' 그러므로 이것은 내가 아니구나. 내가 내 눈으로 어둠을 보니, 나는 어둠이 아니로다. 내 마음에 깃든 것이여. 내가 너를 보니, 너는 내가 아니로다.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로다."
305:17
"...... 내 책임이다."
(중략)
"이 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내 책임이다. 네가 그런 결심까지 할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
"네가 어떤 판단을 했든 전부 내 책임이다. 미안하다."
(중략)
그것이 지휘관의 자세.
판단을 하는 자의 책임.
전장에서 동료에게 지시를 내리기로 정한 자의 책임.
그것이 남에게 지시하는 권한을 쓴 대가.
자신이 한 일의 결과를 전부 책임질 자만이, 남을 한때나마 통제하고 지휘하는 무례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거꾸로다. 그것이 그 무례를 범한 대가려 져야 할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