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남는문장

방탄 사고 (2019) -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FNCmaster 2019. 12. 6. 05:35

[ 방탄 사고의 효과 ]

34:20

간혹 아이들은 귀엽게 엉뚱한 유추를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풍차에서 바람이 나온다고 말할 때가 그렇습니다. 풍차가 돌아갈 때 항상 바람이 부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좀 더 솔직해져봅시다. 주식 전문가들의 주가 분석도 이 수준이 아닌가요?

 

 

[ 우연과 창의력이 만든 의학의 역사 ]

39:15

의술의 역사가 괴상한 유행, 고독한 투쟁, 엄청난 우연 등 언제나 뜻밖의 엉뚱한 사건에 힘입어 발전해왔다는 사실은 저를 무척이나 안심시켜주었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의 경우였습니다. 플레밍은 실험실에서 세균을 배양하던 샬레에 실수로 곰팡이를 슬게 했지만, 그 덕에 곰팡이에 세균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페니실린입니다! 플레밍은 이 발견으로 노벨상까지 받았죠.

 

 

[ 작동이 멈춘 냉동 창고에서 죽은 한 남자 ]

67:22

휴대폰으로 장시간 통화를 하고 나서 두통이 찾아온 경험은 누구나 있지 않나요? 이것이 정말로 전자파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기대가 작용한 겁니다. 한 실험에서는 주거지역에 이동통신 송신탑을 세우고 그곳 주민들의 수면의 질을 뇌전도를 사용해 정확히 측정해보았습니다. 실제로 수면의 질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기계 작동을 멈추고 측정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정적 기대의 힘은 아주 강력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노세보 효과'라고 부릅니다. 유명한 플라세보 효과의 반대말입니다. 긍정적 기대가 건강을 더 빨리 회복시켜주듯 두려움은 건강을 해칩니다.

 

 

[ 기적이 없는 듯 살거나 모두 기적인 듯 살거나 ]

91:11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두 가지 뿐이다. 마치 기적이 없는 듯 살거나, 아니면 모든 게 다 기적인 듯 살거나." 결정은 당신의 몫입니다.

 

 

[ 과학의 탈을 쓴 그럴듯한 헛소리들 ]

330:1

인터넷 시대에는 사람들이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던, 계몽의 밝은 빛이 모니터를 통해 나라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빠짐없이 비출 것이라던 원대한 희망은 20년 만에 정반대로 돌아섰습니다. 예전에는 술자리에서 오간 검토되지 않은 주장들이 환풍기 바람에 실려 배출되거나 알코올의 정화 작용 덕택에 다음날이면 기억에서 말끔히 지워졌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올라 계속 전달되고 확산됩니다. 어떤 내용이 인터넷에 오르면 사람들은 충격적일 정도로 무비판적으로 곧이곧대로 믿어버립니다. 하지만 진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믿느냐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시끄럽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더 잘 반응하고, 바로 그래서 그런 이야기는 객관적이고 차분한 평가보다 더 쉽게 확산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생겨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두려움과 혼란뿐이며, 우리는 끊임없이 사소하고 하찮은 이야기들에 휘둘리게 됩니다. 우리는 지난 24시간 동안 벌어진 모든 일을 시시콜콜 알게 됩니다. 어느 배우나 팝스타가 어떤 성적 취향을 가졌는지까지도 말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혹은 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차분히 생각하지 못합니다.

 

 

[ 흔한 질별 '우울증'을 가르치지 않는 사회 ]

355:11

케빈 브리그스Kevin Briggs 경사는 금문교와 그 난간 위에 올라서는 사람을 담당하던 경찰관이었습니다. 그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현수탑 사이에 서서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는 순간 모든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다릅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하나같이 다리에서 몸을 던지자마자 곧바로 실수였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 그들은 당시에 구조된 것을 몹시 기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죽음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계속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는 아무 희망 없는, 공허와 자책의 시간이 그만 멈추기를 원합니다. 누군가가 "정신 차려"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그의 말을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울증이 어떤 느낌인지는 걸려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는 게 효과가 있는 사람은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사람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