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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5
명성은 순식간에 가차 없이 찾아왔고 예민한 소년에게는 절대 맞지 않았다. 화가는 세상을 손에 넣었지만 이제는 세상이 그를 삼켜버렸다. 스물여덟 살 때 그는 다시 여행을 떠났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큼지막하고 시커먼 차에 몸을 싣고 사람 많은 공항으로 이동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를 사랑한다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잡지 표지에 실릴 사진을 찍었고, 비싼 호텔 스위트룸 바닥에 누워 밤새 숨을 쉴 때마다 공포를 느끼며 테드와 통화했다. 화가는 관찰자였기에 관찰당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그 둘을 뒤섞어 버린다.
(...) 한동안 그는 황홀하리만치 행복하거나 불행했다. 항상 둘 중 하나였지만 나중에는 그 둘의 차이를 알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그의 인생에 개입해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고 어떤 식으로 작품을 팔아야 하는지 가르쳤다. 처음에는 그들이 화가를 위해 일했지만 이내 그가 그들을 위해 일하게 됐다. 이내 그가 그림을 너무 천천히, 너무 이상하게, 너무 조금 그린다며 모두가 실망스러워했다.
220:1
"(알리 아버지는 ...) 알리가 자기를 '아빠'가 아니라 '친구'라고 불러주길 바랐어. 왜냐하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 어른들은 어른이 어른이라야 어린이가 어린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그 집은 항상 시끌벅적했고,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파티가 끝나면 다음 파티가 바로 시작되는 식이었지. (...)"
228:9
테드는 어떤 능력이 가지고 싶은지 말하고 싶지 않아서 잠자코 있었다. 다행히 요아르가 "멋진 말"을 들려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슈퍼히어로들의 대사를 읊어달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테드는 (...) 좋아하는 구절 몇 개를 낭송했다. 스파이더맨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플래시의 "인생이 우리에게 목적을 부여하지는 않아. 우리가 인생에 목적을 부여하지." 원더우먼의 "어느 쪽이 너를 지배하는 힘이 더 클까? 두려움 아니면 호기심?" 그런 다음 잠깐 머리를 굴리며 기억을 더듬은 끝에 아이언맨이 남긴 말을 끄집어냈다. "영웅은 그들이 선택하는 길에 의해 만들어진다." (...) 베타 레이 빌이 한 말이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이 세상의 전부라면, 형제들이여, 좋은 것을 만들어내자."
236:15
그들은 봄의 그날, 학교에서 집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테드와 요아르가 나란히 걷다니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요아르는 앞에서 알리와 함께 걸어가는 화가를 턱으로 가리켰는데, 그들은 걷는 게 아니라 우스꽝스럽게 달리기 시합을 벌이고 있었다. 승리는 빙판 위의 아티초크 흉내를 냈다고 주장한 화가에게 돌아갔다.
"저 행복한 바보 좀 봐!" 요아르는 씩 웃었다. "쟤가 행복해하면 온 세상이...... 좋아. 쟤가 그림을 그리면 전부 다...... 아 씨, 전부 다 좋다고! 그래서 내가 너를 지켜야 해, 테드. 내가 할 줄 아는 건 싸움박질뿐이라 쟤가 어른이 되면 나는 필요 없게 될 거야. 하지만 너는 필요하지."
테드는 그보다 더 어이없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쟤한테 내가 왜 필요하겠어?"
요아르는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왜냐하면 의리도 초능력이거든."
263:13
그래서 수위는 소년을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손에 붓을 쥐여주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항상 뭐랬는지 알아? 트집을 잡지 않으면 살면서 원하는 대로 뭐든 될 수 있다. 남들 트집도 잡지 말고, 네 트집도 잡지 말고. 트집을 잡는 건 엄청 쉽잖아. 어떤 겁쟁이도 트집 정도는 다 잡아. 하지만 예술에는 트집 잡는 사람이 필요 없어. 척이라면 이미 충분한걸. 예술에는 친구가 필요하지."
335:6
부모를 여의었을 때 가장 놀라운 점이 있다면 그들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그들의 부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기본적인 기능이란 그조 존재하는 것이다. 배에 실린 바닥짐처럼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가 뒤집힌다.
427:12
"(...) 아빠가 취했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아빠하고 엄마는 자석이 아니라 두 가지 색깔 같았다고. 그래서 한번 섞이면 갈라놓을 방법이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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