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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봉투 중앙에 연한 먹물로 수신인을 쓰고 다 마른 뒤에, 완성된 조문 편지를 넣어서 선대와 스시코 아주머니 불단의 특등석에 세워두었다. 소중한 편지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다. 다만 아직 봉투는 봉하지 않은 상태다. 설령 아무리 형식적인 내용이어도 봉하는 것은 아침으로 정해져 있다. 푹 자고 난 뒤, 쓴 내용을 냉정한 머리로 다시 읽기 위해서다.

 밤에 쓰는 편지에는 요물이 꼈다고, 생전에 선대가 종종 말했다. 선대는 그래서 해가 진 뒤에는 대필을 별로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266:11

생각해보니 자신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손과 손톱은 간단히 보이지만, 등도 엉덩이도 거울에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보다 주위 사람이 더 많이 나를 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은 이렇다고 생각해도 어쩌면 타인은 더 다른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305:13

"...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죠. 나도 줄곧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어느 날 깨달았답니다. 깨달았다고 할까, 딸이 가르쳐주었어요.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 하기보다 지금 손에 남은 것을 소중히 하는 게 좋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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