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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7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야가 물었다.
이모는 내가 겪은 일 때문에 나한테 잘해주는 거예요?
잘해주는 게 아니라 걱정하고 아끼는 거야.
너무 노력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노력해야 해. 이모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해.
노력은 힘든 거잖아요. 제야가 중얼거렸다.
마음을 쓰는 거야. 억지로 하는 게 아니야. 좋은 것을 위해 애를 쓰는 거지.
제야는 일기에 이모의 말을 썼다. 언젠가는 이모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랐다.
[ 발문 ]
끝까지 외우는 사람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 - by 황현진
237:9
여행을 가자.
진영에게 말했을 때, 진영은 내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같이 가자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
여행에서 돌아와 진영의 소설을 읽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불을 켜도 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같이 쫄면을 먹으러 가자고 청해줘서 고마워."(218면) 제야의 일기를 읽을 때마다 진영과 나눈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는 말,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이미 선물이라는 듯, 진영은 자주 내게 고맙다고 했다. 고맙다는 말은 참 이상하지. 그러면 나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진영의 말을 따라하곤 했다. 고맙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진영은 이상한 힘을 가졌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진영을 닮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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