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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

262:7

얼마 전 '미개未開'라는 말이 문제 돼 그 뜻을 찾아봤다. '사회가 발전되지 않고 문화 수준이 낮은'이라는 뜻이 먼저 등장했지만 그 아래 '열리지 않은'이란 일차적인 뜻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 우리는 누군가 타인의 고통을 향해 '귀를 열지 않을' 때, 그리고 '마음을 열지 않을' 때 그 상황을 '미개'하다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264:16

2012년 겨울, 북콘서트 자리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씨 가족이 있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을 때 사회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지금 당신을 가장 절망케 하는 건 무엇입니까.

... 이창근 씨 아내인 이자영 씨 차례가 왔을 때, 그녀는 누구도 건너본 적 없는 시절로 혼자 돌아가듯 담담하게 말했다.

"저를 가장 절망하게 만든 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 아는 얘기, 모르는 노래 ]

282:1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베르톨트 브레히트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 속에는 왕의 이름들만 나와 있다.
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해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되었던 바빌론
그때마다 그 도시를 누가 재건했던가?
황금빛 찬란한 리마에서 건축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준공된 날 밤에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제국에는 개선문들이 참으로 많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로마의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승리를 거두었던가?
끊임없이 노래 되는 비잔틴에는 시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의 나라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그 땅을 삼켜버리던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이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젊은 알렉산드로스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가 혼자서 해냈을까?
카이사르는 갈리아를 토벌했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쯤은 그가 데리고 있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펠리페 왕은 그의 함대가 침몰당하자 울었다.
그 이외에는 아무도 울지 않았을까?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이외에도 누군가 승리하지 않았을까?
역사의 페이지마다 승리가 나온다.
승리의 향연은 누가 차렸던가?
십 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난다.
거기에 드는 돈은 누가 냈던가?

그 많은 사실들.

그 많은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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